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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서 ‘정상’인데 왜 자꾸 아플까, 의사들이 놓치는 것들

친구들과 밥을 먹다 보면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어요. “검진서는 정상이래는데 자꾸 피곤하고 소화가 안 된다더라” 또는 “수치는 괜찮은데 어깨가 자꾸 뻐근해” 이런 거죠. 그럼 본인들은 머릿속으로 “그럼 뭔가 내가 예민한 건가” 하고 넘어가버려요. 근데 저는 15년간 진료를 하면서 이런 환자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대부분 검진 수치만으로는 절대 안 잡히는 걸 가지고 있었어요. 오늘은 정상 판정받은 사람들 중에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데도 놓치고 있는 것들을 말해드릴게요.

▶ 혈액검사 정상에 숨어있는 염증 신호

혈액검사에서 가장 흔히 보는 항목들이 있죠. 총 콜레스테롤, 혈당, 간수치, 신장수치 이런 식으로요. 근데 여기서 놓치는 게 있어요. 바로 ‘초고민감 C-반응성단백질’이라는 검사인데, 이게 높으면 혈관에 염증이 있다는 뜻이에요.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이걸 검사하지 않거든요.

의학적으로 C-반응성단백질이 3mg/L 이상이면 심근경색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연구가 무더기로 있어요. 그런데 일반인 검진서에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콜레스테롤도 낮고 혈당도 정상인데 자꾸 피곤하고, 왠지 모르게 몸이 무거운 사람들이 있는 거죠. 이건 염증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요. 특별히 40대 이상이거나 과체중이라면, 의료진에게 명시적으로 이 검사를 요청해 보세요.

woman sitting on the stone in front of the ocean
Photo by Mor Shani on Unsplash

▶ 갑상선 수치는 정상인데 증상이 있는 이유

갑상선 검사를 받으면 보통 TSH(갑상선자극호르몬)랑 T4만 봐요. 이 두 개가 정상범위 안에 있으면 “갑상선 정상입니다” 판정이 나죠. 그런데 T3는 안 봐요. T3는 뭐냐면 실제로 신체에서 작용하는 갑상선호르몬인데, 이게 낮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실제 제 환자 중에 T3 수치가 평균의 30% 수준이었던 분이 있었어요. TSH와 T4는 정상범위였거든요. 그런데 증상은 뭐였냐면 자꾸 춥고, 피곤하고, 머리가 맑지 않은 거였어요. 이런 분들은 보통 “신경 쓰면 낫는다”고 들어요. 근데 실제론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거예요. 특히 여성 폐경 시점이나 자가면역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T3까지 검사를 받는 게 좋아요.

Two women practicing yoga outdoors in autumn park.
Photo by Vitaly Gariev on Unsplash

▶ 소화기 검진은 했는데 장내미생물 상태는 모르고 있어

위내시경이랑 대장내시경 하면 “소화기 정상” 판정을 받아요. 그런데 문제는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정상인 거거든요. 장 안에 사는 미생물들의 다양성과 균형은 전혀 못 본 거예요. 그래서 내시경은 정상인데 자꾸 복부 팽만감이 있거나,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장내미생물이 불균형한 상태를 의학용어로 ‘디스바이오시스’라고 해요. 이 상태인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돼요. 왜냐하면 음식물을 제대로 분해할 미생물이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이게 장기간 지속되면 장 벽의 투과성이 높아져서 분자가 새어나오는 현상까지 생겨요. 이렇게 되면 전신 염증으로 이어지고, 앞에서 말한 C-반응성단백질 수치까지 올라가는 거죠. 내시경 정상이라도 증상이 계속되면 대변 미생물 검사를 한 번 해보는 걸 추천해요.

Modern gym with treadmills and exercise equipment
Photo by eran design on Unsplash

▶ 호르몬 패널은 제한적으로만 검사하는 문제

여성들이 건강검진받으면 여성호르몬을 종종 검사해요. 근데 남성들은? 거의 안 해요. 그리고 여성들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만 보고, 다른 중요한 호르몬들은 안 봐요. 예를 들어 DHEAsulfate,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들 말이에요.

코르티솔은 특히 중요한데, 이게 만성적으로 높으면 복부 지방이 쌓이고, 근육이 빠지고, 면역이 떨어져요. 근데 일반 검진에선 안 봐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관리하는데 자꾸 복부 지방만 빠지지 않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럼 코르티솔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 검진서에 없으니까 본인은 뭘 해야 할지 몰라하는 거죠. 수면부족, 만성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이 있으면 코르티솔이 높을 수 있으니, 그런 경우엔 의료진에게 요청해서 이 호르몬을 측정해 봐야 해요.

▶ 영양결핍은 혈액검사로도 초기에 잘 안 잡혀

철분 부족이라고 하면 헤모글로빈 수치로 판단해요. 그런데 헤모글로빈이 정상인데도 철분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요. 바로 저장철(페리틴)이 낮을 때죠. 페리틴이 15 이하면 이미 저장철이 거의 없다는 뜻인데, 이 상태인 사람들은 피곤함, 집중력 저하, 손발 저림 같은 증상을 호소해요.

비슷하게 B12, 엽산, 비타민 D도 혈액 수치는 “정상범위”라고 나오는데 실제 증상은 있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검사실 정상범위가 결핍 진단 기준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B12의 경우 혈액 수치가 200~900pg/mL면 보통 정상범위라고 봐요. 근데 신경계 증상은 수치가 400 이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검진은 정상인데 손가락이 자꾸 저린다”는 분들이 있는 거거든요. 일반 검진이 아니라 증상에 맞춘 상세 영양 패널을 받으면 달라져요.

※ 주의사항: 이 글이 “건강검진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기본 검진을 받은 후에, 본인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가족력에 따라 추가 검사를 선택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의료진과 대화할 때 “수치는 정상이지만 이런 증상이 있어요”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필요한 추가 검사를 할 수 있거든요.

FAQ

Q. 그럼 처음부터 이런 검사들을 다 받아야 하는 건가요?

A. 아니에요. 기본 검진부터 받고, 그 결과와 본인의 증상을 종합해서 추가로 뭘 검사할지 결정하면 돼요. 예를 들어 기본 검진이 정상인데 자꾸 피곤하면 → C-반응성단백질, 코르티솔, 페리틴을 보면 되는 거죠. 비용도 절약되고 정확도도 높아요.

Q. 개인 병원에서 이런 검사들을 다 할 수 있나요?

A. 다 가능해요. 다만 병원에 따라 기반이 다를 수 있으니까, 원하는 검사가 있으면 미리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좋아요. 그리고 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으니 확인하고 받으세요.

핵심 정리

건강검진 수치가 정상이라는 건 “질병이 없다”는 뜻이지, “완벽하게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근데 뭐가 문제냐고요?”에요. 그럼 제 답은 항상 “검진 수치로만은 안 보여요.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봐야 해요”였어요.

지금 당장 할 거: 최근 건강검진서를 꺼내서, 본인이 느끼는 주요 증상 3가지를 적어두세요. 그리고 의사나 간호사와의 다음 상담 때 그걸 보여주고 “이 증상 때문에 추가로 뭘 봐야 할까요?”라고 물어보세요. 그게 정말 효과적인 첫 번째 스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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